제21대 대선 사전투표를 이틀 남겨 놓고 벌인 마지막 대선 TV토론은 국민들께 큰 실망감과 자괴감을 안긴 수준 이하의 토론이었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수준을 꼭 빼닮은 토론이었다.
정책제시와 비전제시는 고사하고 네거티브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소인배들의 뒷담화 토론 그 자체였다.
급기야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형수 욕설발언을 언급하면서 이준석 후보는 토론 후 큰 역풍에 시달리게 됐다.
이준석 후보는 "올해 4월 고등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욕설이 '어머니 주요 부위를 찢겠다'는 건데 이건 누가 만든 말인가"라며, "이재명 후보 욕설을 따라 하는 것 아닌가? 이 자리에서 사과할 의향 있는가"라고 이재명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제 부족함에 대해서는 수차례 사과 말씀드렸다"며, "다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고 저희 형님이 어머니에게 한 말"이라며, "그런 소리 하는 걸 왜 안 말렸느냐 하는 걸 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여쭙고 싶다. 어떤 사람이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냐”고 물었다.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 고 말하면서 "이걸 묻는 취지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공중파방송 TV토론회에서 대선 후보가 한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파장을 가져왔다.
토론이 끝난 뒤, 권영국 후보는 "청소년과 여성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보는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꺼냈다"며, "모든 시청자들은 피할 수 없이 언어 폭력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오로지 다른 후보를 비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공중파에서 했다는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가장 저열한 형태의 혐오정치를 일삼은 이준석 후보는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을 통해 “이준석 후보가 27일 지상파와 온라인에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표현을 질의를 빙자하여 그대로 내뱉었다”며, “왜 유권자가 대선 토론을 보다 이따위 표현을 마주해야 하는가. 대선 후보로서 시민 앞에 선 자리에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준석 후보는 당장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이준석 후보는 그 누구도 대표할 수 없다. 다시는 시민 앞에서 마이크를 쥘 엄두조차 내지 마라”라고 일갈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아동·청소년 등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 정보 유통)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토론이 비판받는 건 비단 이준석 후보의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먹고사는 문제인 일명 '먹사니즘'은 오간데 없고 인신공격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상대의 공격에 재차 공격하는 질문 자세를 취하면서 정책토론 실종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TV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에 이재명 후보가 TV토론을 이 정도로 못할지는 몰랐다는 실망감도 쏟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토론을 난장판으로 만든 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때문이라는 게 중론을 이루고 있다.
전도유망한 정치으로서 기성정치와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대안제시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기는 커녕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저급한 토론자세로 일괸하면서 국민들께 큰 실망감을 안겼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7일 토론은 제대로 된 토론 대신 후보들 간에 말꼬리 잡기, 인신 공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께 큰 실망감을 안기면서 정치 혐오감을 더욱더 가중시켰다는 평가다.(주은철 기자)
국회사진기자단이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서 모두 (토론의) 패자였다는 게 역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마치 토론 결과를 사전예고 하듯 마치 패잔병처럼 (토론 시작 전 자리로 향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