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상고에서 여자 하키선수로 활약하던 김은미 씨가 갖은 도잔을 통해 인생 반전을 이뤄냈다.그녀의 인생 도전기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제천, 신월동 사과 향기 가득한 과수원집 2남 5녀 중 넷째 딸이자 여섯째 아이로 태어난 김은미(필명: 다이애나 김)씨의 유년 시절은 책상보다 운동장이 더 가까웠다.
제천 화산초등학교 시절 제천시 육상 대표선수로 뛰며 땡볕 아래서 100m 단거리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매일 자신의 한계와 싸워야 했다.
회산초를 졸업하고 의림여중과 제천상고를 거쳐 6년간 여자 필드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그녀는 골키퍼 바로 앞을 지키는 든든한 최종 수비수였다.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필드 위를 달리는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저 멀리 교실을 향해 있었다.
▲선수 생활을 접고, 학업이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실력을 인정받아 경주시청과 경희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그녀는 가정 형편상 경주시청을 선택해 실업팀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으나, 경기장 위에서의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92년, 고단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그녀는 펜을 잡는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다.
기초적인 영어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작이었지만, 그녀는 코피를 쏟아가며 치열하게 공부했고 6개월 만에 울산대학교에 합격하는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보자기 속에 담긴 부모님의 애절한 사랑
누군가에게 대학은 합격과 동시에 시작되는 낭만이었을지 모르나, 그녀에게 대학은 또 다른 치열한 필드였다. 가진 것이라곤 청바지 두 벌과 단화 두 켤레가 전부였던 시절, 그녀는 분초를 다투어 가며 공부에 매달렸다.
그녀가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가슴 깊이 새겨진 그날의 기억 때문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온라인 송금조차 낯설어하던 시절,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를 수북하게 모아 보자기에 싼 뒤 스무 살 딸의 가슴 밑에 꼭꼭 내밀어주시던 부모님의 손길 때문이었다.그 투박하지만 뜨거웠던 사랑은 그녀가 4년 내내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학업에 매진하게 한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다. "달을 보고 화살을 쏘면 소나무라도 맞춘다"는 말처럼, 그녀는 대학교수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그날 이후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전력 질주을 했다.
▲워킹맘, 그리고 리더십 전문가로의 도약
대학교수를 꿈꾸던 열정은 사회라는 더 넓은 무대로 이어졌다.
미국인 남편과 가정을 꾸리고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의 삶 속에서도 그녀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영어강사로 현장을 누비며 중견 학원 원장으로 우뚝 섰고, 데일 카네기 강사로 활동하며 지역 CEO들과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강의하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2009년부터 시작한 경영학 석사를 비롯해 다수의 최고경영자 과정(AMP),CEO 과정, 데일카네기, 나폴레온 힐 리더십 프로그램을 비롯해 수많은 자격증까지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벌은 돈을 재투자한 비용만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내면의 결핍을 넘어, 행복의 열쇠 '말의 모양'을 발견하다
주변에서는 성공한 원장이 왜 그렇게까지 배움에 목을 매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 투자는 단순히 스펙을 쌓는 차원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운동장에 몸을 묶어둔 채 교실을 그리워했던 어린 시절의 결핍을 치유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수많은 학위와 자격증을 손에 쥐어도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더 높은 성취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그녀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삶의 목적은 외적인 스펙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것,바로 우리가 나누는 '말의 모양'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제 다이애나 김은 지난 20여년의 교육 여정과 치열한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따뜻한 관계의 기술을 전하는 작가이자 강연가로 새로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그녀는 최근 '관계의 기술 말의 모양"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여자 하키선수로 활약하던 그녀가 깆은 노력과 도전을 통해 작가로 변신한 것이다.

▲내 삶의 뿌리, 언제나 그리운 고향 제천
그녀의 여정은 늘 뿌리에 닿아 있다. 제천은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풍성하게 보낸 고향이자, 언제나 부모님의 품처럼 따스한 안식처다. 어린시절 추억이 서린 의림지의 고즈넉한 풍경과 청풍호반의 탁 트인 전경은 지칠 때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 정서적인 뿌리였다.그녀는 제천의 고향 후배들에게 "행복한 삶의 시작은 우리가 나누는 말의 모양에서 비롯된다"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그녀는 "지금도 저는 제천의 거리를 걸을 때면, 그때 그 시절의 저를 만납니다. 저처럼 꿈을 꾸고 있거나 삶이 막막한 후배들에게 꿈을 꾸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주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