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교육청에 9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교육용 로봇(일명 '스쿨로봇') 납품 비위 사건의 연루자들이 모두 법원의 단죄를 받았다.
손해액을 환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불의의 패소를 당해 항소한 도교육청은 비위 연루자들의 형사 처분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김갑석 부장판사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무기기 대리점 업주 이모(57)씨와 손소독기 등 판매업체 대표 정모(57)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또 이씨에게 5억6천여만원, 정씨에게 3억4천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앞서 이 법원 형사합의12부(이현우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58) 전(前) 충북도교육청 서기관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업자 이씨는 2000년 무렵 충북의 한 교육지원청에 복사기나 팩스 등 비품 서비스를 하면서 이 전 서기관을 알게 됐다.
점차 친분을 쌓게 된 둘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중국·필리핀·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으로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2012년 10월께 이씨는 사무용품 거래를 하면서 20년 넘게 알고 지낸 업자 정씨와 로봇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스쿨로봇'을 발견, 이를 충북 지역 학교에 공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이씨의 소개로 정씨와 이 전 서기관도 서로를 알게 됐다.이들의 계획은 간단하지만 치밀했다.
정씨는 '스쿨로봇' 제작업체를 찾아가 로봇 1대당 4천만에 학교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1천700만원을 뺀 2천300만원을 수수료로 달라고 제안했다. '스쿨로봇'의 실제 가격은 1천600만원에 불과했다.
손해될 게 없었던 '스쿨로봇' 제작업체 측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씨로부터 계획을 전달받은 이 전 서기관은 시장 조사나 타 제품과의 가격 비교 등의 절차 없이 곧바로 '스쿨로봇' 1대당 4천만원의 예산을 편성, 도내 40개 학교가 로봇 40대를 구매하도록 했다.

'스쿨로봇' 제작업체는 짜인 각본대로 입찰에 나서 최종 1대당 3천940만원에 로봇을 납품했다. 이들의 결탁으로 도교육청은 실제보다 9억1천600만원이나 부풀려진 16억원 상당의 예산을 지출해야만 했다.
도교육청이 더 지불한 돈은 수수료 명목으로 고스란히 이씨와 정씨 수중에 들어갔다.
브로커 이씨와 정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해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특히 국가 예산에 상당한 손해를 끼쳐놓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공직에서 파면된 이 전 서기관은 개인적으로 이득을 얻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까스로 실형만은 면했다.
이들 3명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한 상태이지만 도교육청은 이번 형사 재판 결과가 손해 본 예산을 환수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1월 이 서기관은 파면하면서 그에게 재정 손해액(9억1천600만원) 만큼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어 변상금 회수를 위해 지난 2월 이 전 서기관과 두 브로커를 상대로 9억1천6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비록 이 민사소송의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형사 재판에서 연루자 모두가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겠냐는 게 도교육청의 관측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위를 저지르면 형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재산상의 손해도 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민사소송에 최종 승소하면 곧바로 채권 확보에 나서고, 당사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이 있다면 끝까지 추적해 압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