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따로 없다. 기업과 기관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점입가경의 국면을 맞고 있다.
유치를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앞다퉈 내놓는 건 기본이고, 각종 기관 유치 공모전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가 하면 같은 생활권이나 다름없는 이웃 지역 기업을 가져오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충주시는 지난 16일 기업 2곳과 300억 원대 투자협약을 맺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메디오젠과 한일그린팜㈜은 각각 195억 원과 130억 원을 투자해 서충주 신도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메디오젠은 제천에서, 한일그린팜은 음성에서 충주로 이전한다. 제천과 음성 모두 충주와 인접한 이웃사촌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충주시는 처음에는 이들 기업이 어디에서 옮겨오는지 밝히는 걸 꺼렸다.
사진-충주시가 인근 제천·음성 소재 기업과 투자유치 협약을 하는 모습

충주시 관계자는 "두 기업은 시장 수요 대응과 수출 확대를 위해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며 "이웃 지역의 기업이긴 하지만 제 발로 오는 것을 막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기업 유치와 예산 확보 등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어지는 지자체 간의 치열한 경쟁을 '총성 없는 전쟁'으로 표현한 적도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진천군, 음성군 사이에는 공사의 음성·진천 지사 통합을 놓고 첨예한 3각 갈등이 진행 중이다.
농어촌공사가 진천을 비롯해 전국 12개 지사를 감축하는 지방조직 효율화 계획을 추진하자, 진천 주민들은 "진천이 음성 지사에 통합되면 고령의 농민들이 음성까지 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통합 반대 범군민 대책위까지 구성해 강하게 반발했다.
농어촌공사 진천 지사와 진천군은 가까스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통합 청사를 충북혁신도시에 유치하되 구체적인 위치는 농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정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러자 이번에는 음성군이 발끈하고 나섰다.
음성읍 사정리에 있는 통합 지사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음성군의회는 "2004년 현 위치로 이전한 음성 지사를 불과 10여 년 만에 다시 혁신도시로 옮기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많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농어촌공사 충북본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기업과 기관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갈등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국책사업 유치전이 단적인 예다.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문제도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지자체 공모 방식이 배제됐고, 이미 공모 과정까지 거친 한국문학관은 건립 일정이 전격 중단됐다.
지자체들이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점을 역이용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리한 투자 조건을 따내려고 여러 지자체를 동시에 기웃거리는가 하면 투자협약을 맺어놓고 차일피일 이행을 미루기도 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 소형 전기자동차 개발 업체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전기마이크로자동차 공장을 제천에 짓겠다고 한 총선 예비후보와 공동 발표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다.
올 상반기 안에 공장을 준공해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역에 큰 논란만 일으킨 채 아무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역경제 활성화 꿈에 부풀었던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만 서로 가져가려는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태도 변화와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소순창 교수(행정학)는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면 아무도 가질 수 없고 갈등만 지속될 뿐"이라며 "정부는 입지 결정에서 일관된 기준과 절차, 원칙을 가져야 하고, 지자체는 공유 개념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나눠 갖는 철학과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