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의 반환점을 돈 전국 지방의회가 일제히 후반기 원구성에 돌입하고 있다.
남은 2년의 의회를 이끌어갈 의장단을 누가 맡느냐가 단연 지역사회의 관심사다. 어떤 인물이 어떤 포부와 의지를 갖고 지방의회를 이끌어 갈지 궁금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가 후보감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선출 방식은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무척이나 고상해 보이지만 사실은 물밑 합종연횡을 통해 나눠 먹기식으로 의장단을 뽑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의장단 후보군조차 제대로 알길이 없게 되는 게 지금의 의장단 선출의 현주소인 것이다.
애초 도입 취지는 좋았다. 교황을 선출하듯 이전투구나 과열 경쟁 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방의회 부활 25년이 지나면서 교황식 선출이라는 허울만 남았을뿐 누가 출마하는지, 자질은 제대로 갖췄는지, 지역주민들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출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의원들, 그것도 다수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정리하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등 자리를 나눠먹기 위한 '합종연횡'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뒤늦게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교황식 선출 방식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차원의 제도를 운용할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지방의원들이 욕심만 과도하게 낸다는 비판과 함께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교황 선출 방식의 작금의 의장단 선출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회 의장단을 교황 선출 방식으로 뽑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세부 선출 방식은 각 의회 재량에 맡겼다.
1991년 3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방의회들이 한결같이 택한 것이 교황식 선출 방식이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이나 부의장을 뽑는 것이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부산시·광주시·대전시·울산시·강원도·전남도·경남도의회 등 7곳을 제외한 10개 광역의회는 여전히 이런 교황 선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애초 선의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교황 선출 방식은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다수당의 밀실 합의 추대와 그에 따른 정당 간 갈등, 의원끼리의 '야합' 등이 대표적인 폐단이다.
공개적인 유세나 선거운동 없이 물밑에서 지지 의원들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보장 등 자리 나눠 갖기가 횡행하고 금품이 오가는 일도 있다.
다수당 의원들끼리 자리 보장을 해주다 보니 여야 간 '신의'를 저버리는 원 구성이 돼 지방의회가 극심한 파행을 겪기도 한다.
2014년 7월 출범한 제10대 충북도의회(총 31석) 전반기 원 구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야당과 갈등을 빚던 다수당인(당시 21석) 새누리당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싹쓸이'했다.
이에 반발한 더민주당(10석)이 의정활동을 전면 보이콧했고, 이언구 의장을 인정하지 않아 결국 지난 2년의 전반기 내내 도의회 의정활동이 파행 운영됐다.
당내 의장 후보 선출에 '반란'을 일으켜 극심한 후유증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전반기 의장단 구성 당시 충주시의회가 그랬다.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홍진옥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세웠으나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새정치연합(현 더민주당) 의원들이 공조, 윤범로 의장이 선출됐다.
'반란'을 일으킨 윤 의장은 새누리당에서 영구제명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패가 갈린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으로 재편된 충주시의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반목과 갈등상태가 이어졌다.
올해 하반기 원구성도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도 깅현삼,김양희 의원 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일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부의장 자리 배분을 위한 합종연횡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옥천군은 8명의 군의원 중 무려 5명이나 의장단 경합을 펼치고 있어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제천시의회도 13명의 시의원 중 무려 6명이나 의장,부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역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도의회는 물론 지역 내 11개 시·군 의회 모두 교황 선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후보 등록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론 후보 등록제 도입만으로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10년 후보 등록제를 도입한 한 광역시 의회는 이후 후보 난립과 의원 줄 세우기로 오히려 선거 과열 양상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그럼에도 '깜깜이' 교황 선출 방식은 폐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후보 등록제에 추가적인 공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하반기 원구성을 끝내고 나면 사실상 모든 것이 유야무야 되며 백약이 무효인 것이 오늘 우리의 지방자치제의 현실인 것이다.
제천시의회의 하반기 원구성은 어떻게 될까?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는 사리사욕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천시 원구성은 전반기 원구성 때와는 판이하게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어 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 기일이 다가올수록 제천시의회가 과연 어떤 자세로 원구성에 임할지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제천시의회가 식물의회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그래도 시민들께 희망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느냐의 관건도 결국은 하반기 원구성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천시의회가 어떻게 원구성을 마칠지 시민들의 눈과 귀가 갈수록 권석창 의원의 거취 문제와 함께 제천시의회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