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 선거구를 구획하기 위한 기준이 선거일을 50일을 남긴 금일(23일) 마침내 결정됐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숫자는 현행보다 7석 늘어난 253석, 비례대표 숫자는 그만큼 줄어든 47석으로 각각 확정했다.광역시도별로는 경기가 현행보다 8석 많은 60석으로 늘어나고 경북은 13석으로 2석이 줄어든다.
서울, 인천, 대전, 충남이 각각 1석씩 증가하는 반면, 강원, 전북, 전남은 1석씩 감소한다. 충북, 부산, 광주 등 나머지 광역 시도는 현행 의석수를 유지한다.
여야는 또 지난해 10월 말을 인구 산정 기준일로 해 상한선은 28만 명, 하한선을 14만 명으로 정했으며, 자치 구·시·군 일부 분할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부 불가피한 지역구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선으로 회동해 이 같은 내용의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에 전격 합의했다.
정 의장은 곧바로 이 기준을 중앙선관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보냈으며, 획정위가 이 기준에 따라 최대한 빨리 선거구 획정안을 성안해 25일 정오까지 국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 대표는 획정위가 25일 국회로 선거구 획정안을 보내오는 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소집해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완성하고 법제사법위를 거쳐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획정위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관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보낸 획정 기준을 토대로 선거구 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경제활성화법과 테러방지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거법을 연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더민주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선거는 차질없이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선거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김종인 대표가) 국회의장으로부터 획정안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면서 "(대표는) 테러방지법은 26일까지 (협상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구 획정 협상과는 관계없지만, 더민주가 비례대표 의원 정수 축소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석패율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구 선거 연령 하향 조정, 투표시간 연장 등은 새누리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더민주는 협상 막판으로 가면서 최소한 석패율제만이라도 도입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선거구 합의도 어려운데 다른 문제까지 함께 포함해 논의한다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원천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가 23일 수도권 지역구를 늘리고 농어촌 지역구를 줄이는 4·13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에 전격 합의하자 지역구가 공중분해 되거나 다른 지역구와 합쳐진 의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9석에서 8석으로 줄어든 강원 지역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5개 시·군·구에 걸친 전국 유일의 선거구(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춘천, 강릉, 원주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가 연쇄적인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홍천·횡성이 쪼개져 홍천은 정문헌 의원의 지역구(속초·양양·고성 중 고성 제외)로 붙고, 횡성은 염동열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의 지역구 중 일부인 영월·평창·정선으로 붙어 같은 당 의원과 '혈투'를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황 의원은 "농어촌 지방의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하겠다던 여야 합의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인구만 기준으로 선거구를 만들겠다는 최종안은 농어촌과 지방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 지역의 다른 의원도 "인구 상한·하한에만 맞추려다 보니 영서·영동의 지리적 특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형적 선거구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야 합의안이 반영되면 강원도는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걸친 선거구가 2개 나올 전망이다.
역시 의석이 줄게 된 영·호남 지역 의원들도 이번 협상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 영주의 장윤석 의원은 "시·도별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라며 이런 횡포가 어딨느냐"며 "이미 협상을 했으니 도리는 없지만, 매우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주는 문경·예천과 합쳐져 장 의원은 같은 당 이한성 의원과 생존경쟁을 벌이게 됐다.
전남 장흥·강진·영암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도 "걱정되고 당황스럽지만, 새로 선거구가 짜이면 거기서 다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전남에서 1석이 줄면서 장흥·강진·영암은 좌우로 쪼개져 황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윤석 의원(무안·신안)이나 국민의당 김승남 의원(고흥·보성)과 경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