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5개월이나 지났지만, 참사의 책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충북도는 조례 제정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가족들은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금액은 약 7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양측이 합의했지만, 70억원의 성격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 70억원은 잠자고 있다.

유가족들은 충북도가 화재 참사 책임을 인정하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낸 입장문에서 "누구도 화재 참사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충북도의 책임을 인정하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을 것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대책위는 "소방지휘관의 초기대응이 상당히 부실했다는 점, 요구조자들(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인명 구조지휘 자체가 없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됐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방을 관리·감독하는 충북도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는 책임 인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재 참사 당시 부실 대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소방 지휘부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책임이 없다'고 판단 내린 마당에 충북도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긴박한 화재 상황과 불길 확산 위험 속에서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유가족들이 이에 반발해 제기한 재정신청에 대해 법원도 지난 3월 "사고 당시 소방 지휘부가 했던 조치를 돌아보면 최선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 충북도는 유가족과의 합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가 유가족들에게 지난달 26일 합의문안을 보내면서 지난 8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도 관련 조례를 만들어 다음 달 10일 개회할 제373회 임시회에 상정하기 위해서였다.

충북도가 책임을 섣불리 인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속내도 있다.

책임 인정 때는 화재 참사 직후 유가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던 보험사들이 충북도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도민을 상대로 법정 소송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합의를 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향후 행보를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상을 요구하면 이에 응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여기에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이고 있다.

반면 유가족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천화재 관련 평가 소위원회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한 유가족은 "평가 소위에서 화재 참사의 진실과 책임이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를 고려할 때 화재 책임 문제를 놓고 모두가 만족할 타협안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