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민들에게는 고 이춘구 의원에 대한 향수가 짙게 베어 있다. 고 이춘구 의원 같은 힘있는 중앙의 거물이 나타나 획기적으로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5공시절이 아니다. 절차가 있고 순서가 있고 과정이 있는 것이다.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제천출신으로써 그러한 거물도 없다.
기자는 오늘 조금은 비장(悲壯)하고 비정(非情)한 마음으로 기사를 쓰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제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도 없고 백마타고 온 초인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없다라는 것이다.
제천고 70년사 (1946-2016년)를 통해 제천출신 인재풀을 살펴보았다.
제천출신 거두는 단연 故 이춘구 의원이다. 그는 세명대를 제천으로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비록 5공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민들로부터 신망받고 있다.
다만 그는 죽어서도 지역의 원로가 되지 못하고 고향에 기념비 하나 없는 외로운 정객(政客)으로 머물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으로는 서울특별시장과 충북도지사,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를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에 오른 이원종 전 실장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고향에서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는 단연 4선의 송광호 전 의원일 것이다. 송 전 의원은 영어의 몸이 돼 있으며 지역의 여론은 송 전 의원의 열혈 지지자를 제외하곤 역시 싸늘하며 냉랭하다.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송 전 의원 다음으로는 단연코 권석창 의원을 거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출신에다 행정고시 패스 그리고 국토부 지방국토관리청장까지 역임하고 제20대 국회에 입성한 권 의원은 선배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역시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정치적 운명이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여있다.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지역 인재 배출의 요람이라는 제천고가 결코 시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깨닫고 철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겸손하며 좀더 성찰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지역의 진정한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총동문회부터 안으로부터 깊은 성찰 속에 일신우일신하려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는 이제는 우리가 인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지난 세기의 바둑대결은 너무도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축적된 데이터로 무장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계의 지존인 이세돌 9단을 누른 것이다.
결국 인간의 지식이라는 것은 한계성을 노정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에 온갖 지식이 축적된 시대에서 과거 70-80년대와 같은 고루한 시각으로 인재를 선택하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함과 열정 그리고 겸손함과 함께 고향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기본적 덕성을 겸비한 자가 인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스펙보다는 먼저 깨끗하고 겸손한 가운데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민을 섬기려는 자세 그리고 일에 대한 추진력과 열정을 겸비한 사람이 인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고 70년사를 샅샅이 훑어 보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출세주의에 입각해 인재를 바라보면 제천은 충주고,원주고,강릉고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제 중앙에서 지역 정치로 내려올 사람도 내려꽃을 사람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제천뉴스저널이 보도한 제천시장 후보 하마평 기사는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도 없는 정통 기사만으로도 수천명에 이르는 독자가 이를 탐독했다.
그만큼 제천발전에 대한 염원과 인재에 대한 궁금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천뉴스저널이 보도한 제천출신 중앙 고위공직자들이 지역정치에 뛰어들기에는 이미 실기(失機)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이 든다.
도농 복합도시인 제천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번 설때는 옷을 벗고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했던 것이다.
올 추석때면 선거가 불과 8개월 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는 것이다.
인근 원주고나 충주고에 비해 협소한 인재풀 속에서 그나마 거론된 인물조차도 지역정치에 뛰어들기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들은 권석창 의원의 사례를 너무도 잘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어떤 자리와 지위에 연연해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 하는 일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확고한 의지라는 사실을 기자는 간파할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 공천 보장이라는 확실한 러브콜이 없다면 이들은 결코 현직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기자는 또렷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제고 70년사에 나타난 제천출신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나 기타직을 살펴보면 먼저 유인재 (55) 국민안전처 안전감찰관이 있다.
그는 감사원 과장을 거쳐 지난 2015년 국민안전처 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제천고 31회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영국 런던대학교 도시계획과 석사를 거쳐 기술고시 29회(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해 감사원 국토해양국 과장으로 근무하다 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와는 담을 쌓고 있다.
이어 24회인 한상노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 27회 허강준 기무사령부 부이시관, 역시 27회인 신현식 우리은행본점 경영기획단 상무,32회인 IBK기업은행 김창호 부행장 등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이밖에 제천출신으로써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지 않은 인물 가운데 인재풀에 들어갈 대상을 살펴보면 봉양삼거리 출신으로 봉양초를 졸업하고 서울 고려고등학교를 나온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역시 NGO 활동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정치에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성으로 최초의 1급 공무원에 올라 보건복지부 차관까지 지낸 장옥주 전 차관도 서울서 초중고를 졸업해 제천단양 출신이라는 이름만 붙어 다닐 뿐 본인 스스로도 지역에 연고가 없음을 밝히며 하마평 조차 일축하고 있다.
이어 남당초와 대제중을 졸업하고 충북경찰청장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된 김정훈 청장은 정작 고등학교는 충주고를 나와 퇴임 이후에도 제천에서 정치적 나래를 펴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의 고교 출신이면 몰라도 충주고 출신을 지역의 대표로 뽑는데는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색을 비교적 드러내지 않는 제고나 제일고 출신들도 충고 출신을 지역의 대표로 뽑는데는 강한 거부감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앙의 제천출신 인물이 낙하산을 타고 제천에 착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장관을 지낸 충주출신 윤성규 전 장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장관을 지낸 이력으로 고향 충주에서 더 큰 정치적 나래를 펼쳐볼 꿈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 확고한 뿌리를 내린 인물들이 있어 비집고 들어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장관 출신이 이러할진대 제천은 결코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나 낙하산 타고 투하될 인물조차도 없다라는 것이 부인못할 현실인 것이다.
제고 70년사를 살펴보면서 이제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이제 인재는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천에서 맡은바 직에 충실하는 시의원이 있다면 도의원이 있다면 고위공직자가 있다면 기관장 출신이 있다면 그들에게서 제천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고를 이길 수 없는 한계가 노정된 지식과 스펙에 이제는 더이상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천에 만연된 음해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