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인터뷰 사양은 의도치 않은 신의 한수,그리고 창작클러스터
모국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국민들께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작가만큼 국민들도 surprise!! 그 자체였을 것이다.
당연히 레거시 미디어들은 난리가 났다.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난리가 났다.
지연 혈연 학연이 총동원돼 다른 매체보다 앞서 인터뷰를 따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허사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언론들이 속보로 전한 시간이 10일 밤 8시 경이었다.밤 8시는 KBS을 제외한 공중파 방송사들의 뉴스가 이미 시작된 시간이어서 적어도 KBS의 밤 9시 뉴스에는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한강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으며,다음 날에는 주요 방송사의 스튜디오에서 한강 작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3일이 지나도 한강 작가의 모습은 고사하고 육성조차 들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 이유를 듣고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냈다.한강 작가는 역시 다르구나! 대단하다! 잘했다! 동감한다! 등의 평가였다.
"전쟁으로 날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나"는 한강 작가의 뜻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깊은 존경심과 함께 작가의 깊은 내면에 숙연해지까지 했다.
한강 작가는 노밸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한림원 노벨위원회와의 약 7분간 인터뷰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특유의 나지막한 저음으로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는 감회를 전하면서도 "아들과 차를 마시며,오늘 밤 조용히 보내겠다!"는 뜻을 밝혀 작가의 깊은 내면을 보여줬다.
그 이후로 육성 인터뷰는 끝이다.더 이상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한강 작가의 목소리는 '바람에 휘날리는 자작나무의 이파리' 같기도 하고 '나무에 소복히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같기도 하며,때론 '작은 여울 같은 소리' 같기도 하다.또한 겨울날 지상에 쌓이는 함박눈처럼 실체는 있으나 '소리가 없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녀의 내면이 목소리에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호들갑 대신 깊은 내면의 침잠함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 것은 신의 한수로 보여진다.
언론은 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철저히 대상자를 이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알맹이만 빼먹고 껍질은 아무렇게나 버리는 언론의 속성에서 작가가 언론의 호들갑에 동조했다면 작품보다는 개인이 부각돼 그녀가 작품에 말하려 했던 그 인고의 결과물들은 무참히 짓밟혔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흔치 않은 인터뷰 사양은 (신선한 충격을 뛰어넘는) 신성(神聖)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강 작가는 이념주의 작가도 아니며,폭력에 저항하고 맞서려는 저항주의 작가도 아니다.그녀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정말로 이땅과 인류에 드리워져 있는 폭력성을 아파하는 작가다.한국 현대사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인 4.3 폭력과 광주 폭력에 대해 그는 진정으로 아파하는 작가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무슨 (인터뷰 같은) 잔치를 벌이겠냐는 작가의 심성은 작품과도 일맥상통하며,노벨위원회는 그러한 작가의 내면을 작품을 통해 알아 본 것이다.
채식주의자를 통해 인간의 폭력에 맞서 차라리 나무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영혜를 통해 진정으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아파하는 작가의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파주 출판단지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서울 서점가는 작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정부도 적극나서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한국 출판산업과 문학의 중흥기로 삼는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2002년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2007년 채식주의자,2011년 희랍어 시간,2013년 회복하는 인간,2014년 소년이 온다,2016년 '흰',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 등 7종을 세트로 구매하려는 욕구도 있기 마련이어서 7종 구매 고객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하루속히 만들기 바란다.
7종 서적을 정부가 발행한 쿠폰을 통해 5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국민들은 환호할 것이며,서점가와 출판계도 환호성을 자아낼 것이다.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상임위에서 장관을 상대로 이러한 제안이 있었으면 한다.
산업과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과 인문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전국에 창작클러스터 같은 문학 아카데미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특히 풍광 수려한 청풍호반에 다시 창작클러스터가 세워지길 학수고대 해본다.인문학의 불모지 제천에서도 인문학의 훈풍이 불기를 고대해본다.
언론의 호들갑에 휘말리지 않는 깊은 내면의 침잠함을 보여준 한강 작가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그가 얼마나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폭력(성)에 고민하고 아파한 작가였는지를 절감해본다.
정말 노벨문학상의 권위가 이처럼 빛난 때가 있었는지를 한강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모국어 작가여서가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차고도 넘치는 작품성과 내면을 지닌 작가이기 때문이다.
12월10일 (수상식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자작나무의 이파리 (소리)' 같기도 하고 '나무에 소복히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려 나부끼는 소리' 같기도 한 작가의 속삭임을 듣고 싶다.
저항보다도 울림이 큰 평화의 속삭임을!!(朱恩澈 編輯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