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납세의 의무'를 담은 헌법 38조에서 이름을 따온 서울 38세금징수과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사기를 쳐서라도 체납세금 반드시 받아낸다"는 드라마 내용과는 다르지만 피땀을 쏟아 부으며 체납세금과 씨름하는 지자체 징수팀의 실제 분투 과정을 엿봤다.
◇ 첩보전 방불 "고액체납자 실거주지를 찾아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과훈은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이다.
42명이 근무하는 38세금징수과는 가택수색과 동산압류는 물론, 출국금지·명단공개·관허사업제한·검찰고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징수활동을 벌인다. 38세금징수과의 징수업무는 세금 낼 돈은 없다고 버티면서 호화생활을 즐기는 체납자의 실거주지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거주지를 찾을 수 없던 체납자를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찾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체납자의 딸이 결혼한다는 제보를 받은 38징수과는 결혼식 당일 예식장에서 기다리다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체납자 차량을 추적했지만 허탕쳤다.교차로 신호에 걸려 체납자가 탄 차를 놓쳐 버린 것이다.
38징수팀은 포기하지 않고 체납자의 딸이 신혼여행에서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뒤따라가 친정에 인사하러 가는 것을 끝까지 추적해 체납자가 사는 고급주택을 찾아냈다.
경기도 안양시 징수과 징수기동팀은 6천800만원에 달하는 지방세를 체납하고 해외로 나간 한의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연중 대부분을 해외에 거주하는 한의사에게 밀린 세금을 받아내려고 3번이나 출국금지 요청했지만, 출국금지가 내려질 시점에는 이미 출국한 뒤였다.안양시는 법무부 등에 빠른 조치를 수차례 요청한 끝에 한의사가 입국한 날 출국금지를 받아내 체납세액의 절반을 받아냈다.
경북 김천시 체납세 징수팀은 시 전체 체납액 94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세금을 체납한 골프장 때문에 골칫거리다.징수팀은 골프장 계산대에서 손님들이 내는 그린피까지 받아내 세금을 징수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성남과 울산은 강력한 가택수색에도 체납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티던 체납자들을 상대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고액체납자 압류품

◇ "밥 먹는 숟가락까지 빼앗진 않는다"…안타까운 사연도 부지기수
드라마 속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체납자 집을 수색하며 가재도구에까지 '압류 딱지'를 붙이는 장면이 나온다.'세금 앞에서는 빈부차가 없다', '먹던 숟가락도 빼앗는다'는 등 말이 있지만 이는 극적효과를 위한 설정일 뿐이라고 세무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38징수과의 한 팀장은 "체납자의 대여금고에서 나온 돌반지 몇 개까지 압류했다는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액체납자라고 무조건 잘 사는 것도 아니다.직접 만나보면 정말 어렵게 살고 있으면서 세금 체납을 미안해하며 매달 몇십만원씩 나누어 내는 체납자들도 부지기수다.
광주시 징수팀은 미분양사태로 빚더미에 올라 파산한 전 건설업체 대표에게 체납세금 4천여만원을 받기 위해 찾았다가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그는 부도를 맞고 이혼까지 당한 채 한 요양병원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월급 대부분을 압류당해 몇십만원으로 살아가는 이에게 납부를 무작정 독촉 할 수 없었다.
체납자를 찾아 먼 곳 출장까지 갔다가 "우리도 아들을 찾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모의 애끊는 가족사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는 것도 다반사다.
세무공무원들이 '피도 눈물도 없이' 징수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체납자 가정을 방문해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지원대책을 찾아 주기도 한다. 일례로 성남시는 생활이 어려운 생계형 체납자 207명에게는 분납 유도, 일자리 제공 등 맞춤형 서비스를 연결해줬다.
◇ 체납세금 30조원 받아내려면 "발품 팔 수밖에…"
우리나라의 누적 체납세금은 국세 26조7천여억원(2014년 기준), 지방세 3조3천78억원(2015년말 기준)으로 30조원에 달한다.
세무공무원들이 땀 흘려 압류해 공매에 넘겨도 체납세액을 충당하긴 역부족이다.
경기도는 최근 시·군과 합동으로 체납자에게 압류한 물품을 공매했다.
최고 1천700여만원의 롤렉스 시계부터 최저 2만원 상당의 14k 금반지까지 308점을 공매해 거둬들인 체납액은 불과 1억7천여만원 남짓이었다.
부동산 압류도 은행대출 등에 압류 설정이 함께 돼 있어 등기부등본상 압류 순위에서 뒷순위에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계가 있다.
세무공무원들은 체납자 중에서 세금을 낼 돈이 있어도 버티는 악성 체납자를 가려내고, 지능적으로 숨긴 체납자의 재산을 찾아내려면 더 많은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경북 칠곡군 모 골프장은 군 전체 체납액(88억4천여만원)의 56%에 달하는 50억원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칠곡군은 지난 3월 수탁 관리자의 회사채 발행을 유도해 32억1천만원을 징수했다. 칠곡군은 체납세 때문에 교부금을 삭감당하자 4차례나 공매를 진행하면서 이 골프장을 압박해 이런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