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비처럼 내리는 ‘가족 낙하산’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의원들의 ‘가족 채용’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딸을 인턴으로 채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서 의원은 19대 국회였던 2013년 10월부터 5개월간 딸을 인턴으로 채용했고,
논란이 일자 “월급은 정치 후원금으로 반납했고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지역에서 일하던 인턴이 갑작스럽게 그만두면서 딸이 어머니를 돕게 된 것이란 설명이었지만 “딸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 ‘PPT 귀신’이란 말을 들었을 정도로 일을 잘했다”는 해명 아닌 해명으로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딸을 로스쿨에
입학시키기 위해 인턴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서 의원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미 지난해에도 친동생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친오빠를
회계책임자로 임명하고 인건비를 지급한 일 등도 추가로 드러났다. 여론의 추이를 보던 당 지도부는 결국 당무감사 카드를 집어 들었다. 취업난 속에
가족을 의원실에 채용한 행태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이미 공천 때 이 같은 의혹을 당 지도부가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지도부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째 계속된 관행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관행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19대 국회에서 문대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매형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던 것이 드러났고, 같은 당
박윤옥 전 의원은 등록된 실제 보좌관 대신 아들이 보좌관 행세를 하도록 한 게 드러나 비판받았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보좌관을 한 경력도 있고
능력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아들을 ‘차명 보좌관’으로 일하게 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송광호 전 의원은 14대 때부터 딸을 비서관으로 채용해 8년 넘게 일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송 전 의원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백군기 전 더민주 의원도 의붓아들을 7급 비서로 채용한 뒤 5급까지 승진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면직
처리했다. 백 전 의원은 “논란이 될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의원 자신이 아닌 다른 의원실에 친인척을 채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외부에 드러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의도가 더욱 불순하다. 노영민 전 더민주 의원의 아들은 2010년 아버지와 같은 충북 출신인 홍재형 국회부의장실의 4급
기획비서관으로 채용됐다가 청탁 논란이 일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청원 의원도 18대와 19대에 자신과 가까운 의원의 보좌관으로 아들이 채용돼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20대 국회 초반 ‘서영교 딸 채용 논란’이 드러난 게 다른 의원들에게는 일종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특히 총선에서 후보를 도운 친인척들이 당선 뒤 지역사무소나 의원실로 ‘수고 명목’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의원 스스로 조심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개원 초기 보좌진을 구성하기 어렵고,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을
챙기다가 친인척을 잠깐이라도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의원들이 더욱 몸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해외 사례에 눈을 돌리는 여론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부모, 자녀, 형제자매, 이복 형제자매, 남편, 아내 등 일정 범위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하원은 의사 규칙에 규정을 둬 배우자를 보좌진으로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배우자를 비서로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독일은 친인척 채용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 아무리 의정 활동을 잘했다고 해도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제도를 떠나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이기 때문에 소속 당이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에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목상 ‘국가공무원’인 보좌진을 국회의원이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채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좌진의 채용과 면직에 관한 모든 권한이 의원 개인에게 있고 보좌진 활용도 의원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의원실에 채용된 입법보좌관을 지역구 활동에 투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 같은 관행도 결국 의원이 보좌진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좌관 2명 중 1명을 지역에 내려가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세금으로 자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며 “입법을 하라고 4급이나 5급 등의 급수를 주고 채용하는 것인데, 관행이라고 해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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