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지성인들께 드리는 글-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쁨보다 두려웠다.>
아카데미상 수상 무대에서 제3세계의 모국어가 울려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그러나 10일 아카데미상 수상 무대에서는 100년만에 모국어(한국어)가 울려퍼졌다.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영광이고 꿈인 현실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각본상과 감독상 그리고 최우수작품상까지 수상한다는 것은 기적속의 기적이라 기자는 평하고 싶다.
그러나 기자는 기쁨보다 두려웠다.
이것은 우리 영화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서구권 문화의 유연성과 공정성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율스런 사건이기도 하다.
어릴적,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진 아세아극장에 벤허,십계,쿼바디스의 영화 그림이 내걸렸을 때 기자가 접한 단어가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란 문구였다.기자는 노미네이트란 단어가 지니는 그 강렬함과 위엄과 위압감을 지금도 떨칠 수 없다
그때 그 어릴적 황금 청동상의 오스카 트로피를 처음 영화 포스터로 봤다. 벤허,쿼바디스 영화 포스터에 훈장처럼 나부끼던 오스카 트로피가 100년만에 한국영화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할 정도로 핍진성(逼眞性)이 뛰어나며,미술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미장센 또한 빼어나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영화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가장 리얼리즘이 강한 영화다.
기생충 영화의 메타포(metaphor)로 등장하는 한국의 "반지하 방"은 전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왔다.
이 영화의 메타포(metaphor)로 사용된 '반지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뛰어넘는 자본주의 체제의 어두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바로 그 대목에서 세계적인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것이다.
기자는 아카데미 수상 전에 영화 기생충을 보고 "정말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었나?"하는 감탄을 했다.그만큼 영화의 각본과 전개가 경이로웠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미시적 담론을 뛰어넘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 물음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철학서적보다도,어떤 경제학서적보다도,어떤 사회과학서적보다도,어떤 혁명적 포스터보다도 더 날카롭고 이해하기 쉽고,동감하기 쉽게 영화는 좌파의 이념도 아닌 우파의 이념도 아닌 인간의 얼굴로 자본주의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칙칙해 접하기 꺼려했던 기생충(parasite)이란 영화 제목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메타포(metaphor)로 활용된 것이 세계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두렵다.
장자 강의로 요즈음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과학과 철학의 부재로 설명했다.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상의 차이일 것이다.
기자가 두려운 것은 서구권의 열린 사상이다.철학과 과학의 부재가 동양의 식민지화를 초래했다고 최진석 교수는 장자 강의에서 설명했지만 기자는 사상의 부재가 동서양의 차이를 가르는 근본 요인으로 풀이하고 싶다.
서구사상의 유연성이 없었다면 기생충은 결코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과 다소 이질적이며 때로는 이해하기 함든 동양권에서 만든 영화조차 그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며 찬사를 보내는 서구권의 열린 사상에 대해 기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이 점을 우리는 수상보다도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영화 기생충의 수상이 지니는 또 다른 의미에 대해 기자는 한국사회와 한국 지식인사회가 나가야할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란?' 동양의 인식과 '내가 무엇이 관대?'란 서양의 인식은 그 결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자신을 객체화해 주체화시키려는 서양의 인식과 자신을 주체화해 이를 객체화시키려는 동양의 인식차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한국의 대종상이 제3세계인 아프리카 등에서 만든 영화를 작품상,감독상으로 선정할 수 있을까?
서구권의 입장에서 제3세계에 지나지 않는 한국에서 만든 영화를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도하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한 것이다.
기생충은 결코 평론가들만의 영화가 아닌 것이다. 대중들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아직 영화 기생충을 보지 않은 분들과 또 영화를 봤지만 느낌이 다른 분들이 있기에 줄거리 등을 소개하며 쓰는 세세한 평론은 삼가했다.
끝으로 기자는 이 시대는 아니지만 언젠간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인간의 모습을 담은 인간중심의 새로운 사회체제가 올 것이란 확신을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역사의 진보란 기자의 인식에도 변함은 없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서구의 몰락을 예견했던 독일의 철학자 슈펭글러와 서구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했던 저명한 경제학자인 슘페터 교수가 영화 기생충을 보았더라면 어떤 평론을 했을지 궁금하다.기자는 30년 넘게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 성찰해 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기는 쉬워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기는 힘든 것이 자본주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이러한 자본주의에서 소외된 공동체를 위해 우리 사회가 사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소리가 영화 기생충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잔잔히 울려퍼지기를 바래본다..(朱恩澈 編輯局長)